목회자의 특권

작년은 목회하면서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펜데믹이 끝나고 그 기간에 목장에서 섬기던 vip 여러 가정이 교회에 등록하고, 세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젊은 부부들이 많아 어린이사역팀 어린이들 인원도 늘었습니다. 4년만에 주최한 평신도 세미나와 10년만에 주최한 목회자 컨퍼런스도 잘 마쳤습니다. 삶공부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목장도 대부분 대면으로 전환하고 회복되어갔습니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 교우들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부터 20대 젊은 분까지 3분이 암으로 수술하거나 치료를 받고, 뇌출혈로 쓰러지고, 비슷한 기간에 3분이 팔목골절, 발가락골절, 발목인대파열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교우들의 나눔과 기도제목에도 가족과 친척 중에 암, 뇌출혈, 정신 질환으로 고통 당하는 분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 동안에도 아프신 분들은 계셨지만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토록 많은 분들이 아프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탓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목민교회 이름을 지을 때 주신 말씀이 마태복음 4:23입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다”. 예수님의 사역이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고, 치유하는 사역이라면, 예수님 제자인 저도 그 사역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16년 동안 가르침과 영혼 구원 사역은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치유 사역의 결핍으로 많은 분들이 아프신 것 같았습니다.

연말에 기도원에 올라갔을 때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아픈 분들이 많은 것이 제 탓 같아 괴롭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래 너 책임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리더의 역할은 책임을 지는 것이니 너 책임이 맞다. 그러나 너 잘못은 아니니 너무 괴로워하지는 말아라”.

사도 바울은 목회(선교)하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고생 쯤은 별거 아닌 것처럼 말하면서 “그 밖의 것은 제쳐 놓고서라도, 모든 교회를 염려하는 염려가 날마다 내 마음을 누르고 있습니다. 누가 약해지면, 나도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누가 넘어지면 나도 애타지 않겠습니까?”(고후 11:28-29). 믿음의 거장 바울의 마음을 누르고 매일 염려케 한 것은 “교회”였습니다. 먹고 사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불신이지만 교회를 염려하는 것은 목회자의 특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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